새 정부 에너지 정책 전환에 거는 기대
이상훈 ㅣ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장미 대선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였다.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통합을 표방하는 새 정부에 높은 지지를 보내며 새 정부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에는 정권이 교체되어도 에너지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값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 공급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 기조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에너지 정책의 기조는 국민안전과 환경 등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 전환 공약을 주도하면서 다른 대선 후보들도 원전 축소, 석탄발전 축소, 가스발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같은 공약을 비슷하게 발표한 바 있어 에너지 정책 전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된 우원식 의원은 대선 기간 중에 민주당의 에너지 공약을 ‘에너지 정책 전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기존 에너지 정책의 관성에서 벗어나 혁명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첫 번째 탈원전의 시작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계획된 6개 호기의 건설을 백지화한다. 그리고 노후 원전은 수명연장을 하지 않고 폐쇄한다. 원자력 안전에 방점을 찍어 원자력진흥위원회에 폐지를 검토하는 반면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고 독립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고 원전의 수명이 제한되면 한국은 점차 원전 제로 시대로 향해갈 것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탈원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둘째 석탄화력 시대의 종언이다. 노후 석탄화력은 조기에 폐쇄하고 공정률이 20% 이하인 9기의 석탄화력 건설도 전면 재검토한다. 건설 중인 석탄화력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앞으로 석탄화력의 신규 계획은 사라질 것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석탄화력 시대도 저물게 되었다.
셋째 재생에너지 시대의 개막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전히 낮은 목표이지만 이 추세를 지속할 경우 한국도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이행이 시작된 셈이다.
물론 이런 혁명적 변화가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 에너지시스템은 장기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거대한 체계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갑작스런 변화가 어렵고 체제 전환에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일단 방향을 틀면 완전히 새로운 체제로 전환된다. 마치 거대한 배가 서서히 진로를 바꾸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하는 식이다. 방향만 제대로 틀면 정권이 바뀌어도 다시 진로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미 다른 대선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밝혔듯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새 정부가 에너지 정책 전환을 이루려면 에너지 행정체계 및 거버넌스, 에너지 법령, 에너지요금체계 등 에너지 분야 전반적인 변화와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먼저, 에너지 행정체계 개편이다. 시민사회가 기대를 걸었던 에너지부의 신설은 물 건너갔지만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확대 위주로 정책을 전환하려면 그에 걸맞게 에너지 행정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 원자력 진흥과 관련한 기능을 폐지하면서 에너지수요관리과와 신·재생에너지과의 위상과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에너지위원회, 전기위원회,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계획 수립을 위한 분과 구성 등 에너지 정책 거버넌스를 참여와 소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칭 국가 에너지전환 위원회를 설립하여 에너지 정책 전환의 청사진을 수립하는 작업도 기존 거버넌스와 별개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해서는 관련 에너지 법령의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하다. 원자력 정책 변화와 관련하여 다양한 원자력 관련 법률의 개정이 요구되며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신·재생에너지법과 전기사업법의 개정, 해상풍력 관련 등 신규 특별법의 제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법률 개정 및 제정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새 정부와 야당과의 관계에 따라 공약의 이행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에너지요금체계 개편, 특히 에너지요금 인상은 에너지 정책 전환에 필수적인 분야이지만 또한, 정부와 여당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의제 중 하나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치면서 에너지요금, 특히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 원전 및 석탄화력의 비중 감소, 가스화력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원전연료 및 유연탄 과세 강화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새 정부는 다른 편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함을 직시하면서 어떻게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시민과 기업을 설득할 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주민과 기초지자체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 어떻게 소통과 합의, 참여와 분배의 구조를 만들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요금체계의 변화와 소비자의 추가적인 부담, 주민 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에너지 정책 전환이 가능하지 않다. 결국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국민과 함께 해야 실현할 수 있다. 에너지시민연대도 에너지 정책 전환의 동반자이자 수혜자인 시민과 기업을 설득하는 과정에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입력 : 2017-06-01
작성 : 이상훈 / energyvision@naver.com